친구 계정 빌려서 글 올려요

이건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정확히는 대략 09:15쯤이에요. 파타야 근처 장터를 걷다가 작은 가방 파는 사람 보고 슬쩍 보는데,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계속 오더라고요. 이번에 공과금 먼저 이체해달래요, 에어컨 급수리비가 막 나왔다고, 부모님 집에 손님도 온다면서 좀 서둘러달라 그래서 알겠다고 다 이체해줬어요. 5분 정도면 끝났고요. 근데 오후 한두시쯤, 대략 3시쯤에 계좌 다시 확인해보니 입금해둔 돈이 만 원 가까이 사라져 있고, 내가 모르는 작은 입금내역들이 여러 개 모여서 한 덩어리가 되어있더라고요. 100원씩, 200원씩 모은 게 3개월쯤 쌓인 것 같아요.

그리고 걔가 그러더라고요, 비상금으로 모아뒀대요. 혼자서만 숨겨둔 거라고, 내가 건들지 말라고, 이미 시스템을 만들어뒀대요.

완전 어이가 없었어요. 말도 안 나오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38살이고 촌부리에서 학교에 정교사로 일해요. 결혼한 지 거의 3년 돼요. 작은 빚은 있지만 계획은 세워뒀고 예산도 조금씩 짜놨는데, 확실히 우리 둘의 돈관리 성향이 완전 달라요 — 저는 영수증 모으고 기록하는 스타일이에요. 작은 수첩이랑 초록색 잉크 볼펜을 책상 위에 두고 숫자가 줄줄 보이는 걸 좋아해요. 반면 걔는 현금을 서랍이나 가방에 넣어놓고 알려주질 않아요. 그리고 작게 작게 지출을 모아두다가 어느 순간 덩어리가 되면 진짜로 써야 할 때 와서 알려줘요. 마치 내가 전에 본 적 없는 먼지폭탄이 터지는 기분이에요.

기분이 이상하고 약간 화도 났어요. 진짜 큰 문제면 왜 먼저 얘기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아예 제가 돈 관리를 전부 맡아야 할까요. 사실 지시하고 싶진 않은데, 서로 얘기 안 하면 긴급 상황에서 망가질까봐 걱정돼요 — 그리고 만약 걔한테 문제가 생기면 걔가 판단받는 기분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어떻게 얘기해야 상대 기분 상하게 안 하면서도 재정 상태를 뚜렷하게 보게 할 수 있을까요.

친구들, 어떻게 생각해요. 저녁에 퇴근하고 19:00쯤 얘기해보는 게 나을까요? 따뜻한 차 한 잔이랑 동전 좀 들어있는 작은 유리 돼지 저금통 놓고 천천히 하나씩 얘기해보는 식으로? 걔가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 감정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그래도 명확한 결론은 내고 싶고요.

추신: 글쓴이는 큰 싸움은 원치 않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을 원해요 T_T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