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대충 7시 20분쯤 선글라스 찾다가 차 서랍에서 낡은 영수증 하나 나왔어요. 남편이 깜빡 두고 둔 거더라고요.
진짜... 웃기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ㅋㅋㅋㅋ
저 42살이고 콘깬에 살아요. 온라인으로 소소하게 장사한 지 3-4년 됐고 배송도 제가 직접 해요. 어떤 날은 밤 10시 넘어서 집에 오면서도 포장하고 있어요(진짜요, 너무 피곤해요). 근데 자랑스러워요. 빨간 펜 하나로 박스에 다 적어놓기도 하고. 근데 이 얘기는 가게 얘기랑은 좀 별개라서, 갑자기 머릿속이 빙빙 돌아요.
결혼한 지 거의 9년 됐는데 돈에 대한 관점이 완전 달라요. 문제의 핵심은 아마도 남편의 소비 습관 같아요. 남편은 좋은 사람이고 마음씨도 넓어요. 사람 도와주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한테 돈 빌려주고 장모님한테도 이것저것 사드리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돈을 이상한 데 숨겨두는 버릇이 있어요. 베개 속에 넣어두기도 하고, 공구함에 넣어두기도 하고, 오래된 커피 깡통에 숨겨두기도 하고. 저는 항상 못 찾아요. 이런 식이 대략 5년쯤 계속됐네요.
오늘 발견한 건, 주말에 동네 일 도와주고 산 공구값 영수증이었어요. 사람 도와주는 거야 이해하는데, 그건 제가 모아둔 내년에 친척들이랑 친구들 초대할 소규모 잔치비용으로 봉투랑 계좌에 차곡차곡 모아둔 돈이었거든요. 이렇게 쓰면 어떡해요? 예산도 있고 계획도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써버리면 완전 혼란스러워요.
남편은 현금 내는 걸 더 좋아해요. 카드나 이체보다 현금 내면 ‘끝났다’는 느낌이 든대요. 저도 이해는 하는데, 알리지 않고 그냥 끝내버리면 저희는 끝난 줄 모르잖아요. 전에 말했죠, 먼저 말해주면 내가 이체해주고 같이 모으자고. 근데 답은 대체로 “일단 써, 나중에 갚을게” 또는 “걱정하지 마” 이런 식이고요. 그러고는 일주일, 한 달씩 잠잠해요. 결국 제가 남은 돈을 또 셈해야 하고, 너무 피곤해요.
한 번은 너무 짜증나서, 숨겨둔 비상금으로 에어컨 수리비를 먼저 냈어요(이체하고 은행 다녀오느라 30분은 걸렸죠). 그리고 그냥 내가 먼저 냈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친구 생일인가 집안 행사에 입을 옷을 한 번에 사줬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어요. 도와주려는 건 좋지만, 말 한마디 없이 이런 식이면 항상 제가 혼자서만 책임지는 느낌이에요. 전 가계부를 하나하나 관리하는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남편도 좀 책임감 있게 해줬으면 하는 건데, 그게 너무 큰 요구일까요?
차분하게 얘기해본 적 있어요. 우리 둘이 같이 채워가는 가계통장 하나 만들자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래, 내가 도울게” 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2주 지나도 아무것도 안 넣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로 계좌 만들어서 매월 5일에 일정 금액 이체할게, 라고 알려줬어요. 그는 동의했죠. 그런데 급한 일이 생기면 그 계좌에서 아무 말도 없이 돈을 꺼내요. 그러면 어떤 의미가 있죠, 그 분리된 계좌를 믿고 어떻게 안심하나요.
가끔 내가 과민한가 싶기도 해요. 기대가 과한 걸까, 남을 내 방식대로 묶어두는 게 잘못일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게 책임도 있고 물건 관리도 하고 아이들 미래도 생각해야 해서 이 부분이 너무 아파요. 요즘은 너무 스트레스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자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이 생각만 돌고 돼요 T_T
남편은 좋은 사람은 맞아요. 제가 심하게 아팠을 때 고객 응대도 대신해주고 이틀 내내 챙겨주기도 했고. 근데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저는 그냥 명확함 하나면 돼요, 그게 전부인지 내가 너무 옹졸한 건지 모르겠네요.
결혼했거나 동거해서 이런 일 겪어본 친구들, 어떻게 하셨나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감시받는 기분 들지 않게, 아니면 그냥 제가 다 맡아버려서 싸움 안 하게 할까요.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서서히 바꿔보는 게 좋을까요. 과연 남편이 변할까요, 아니면 제가 먼저 변해야 할까요. 헷갈려요.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요. 진짜로 답답해서 길게 썼어요. 같이 돈 모으는 팁이나 겪어본 분들의 경험 공유해주면 감사해요 ㅋㅋㅋㅋ
결혼한 지 거의 9년인데, 남편의 돈 문제랑 성격 때문에 웃다가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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