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3시 좀 넘어서 옷장 정리하려다가 파란색 작은 상자 하나가 코트 밑에 숨겨져 있는 거 발견했어요. 심장이 막 내려앉는 기분이었음. 진짜 깜짝 놀랐어요.

원래는 건들고 싶지 않았는데 호기심이 손을 잡아끌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집어봤더니 통장 한 권이랑 입금전표 여러 장이 보이는 거예요. 손이 떨려서 전표를 제대로 놓지도 못할 지경... 대충 합쳐보니 금액이 백 단위 이상이더라고요.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온 기분, 완전 정적이 됐어요. 우리 부부 사이에 돈 문제 없었던 건 아니에요. 남편이랑 거의 십년 연애하고 결혼한 지 10년, 애도 있고 집도 있고, 카드값도 내고 절약하면서 살아왔죠. 전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고 월급으로 가족 먹여살리기 괜찮은 편인데, 이 금액은... 와 우리 공동으로 모은 돈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 충격이었어요.

자세히 세어보진 못했는데 대강 숫자 보고 저녁에 그에게 물어보러 갔어요. 부엌 앞에서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불렀더니 완전 무표정. 숨소리마저 조용하더라고요. 그가 길게 설명하기를, 그 돈은 애들 혹시 몰라서, 비상금, 그외 여러 가지 대비용이라더군요. 내가 알면 스트레스 받을까봐 숨겼다나 뭐라나. 들으면 들을수록 변명 같고... 우리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서로에게 알리지 않는 게 가능한가 싶더라고요. 아니면 따로 모아두면 안전하다고 생각한 건가?

가끔 내가 과민반응인가 싶기도 해요. 전 좀 화 잘 내는 성격이긴 한데 최대한 진정하려고 이성적으로 얘기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그의 대답은 “네가 걱정할까봐”, “메인 통장 말고 비상금이 필요해서” 같은 식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리고 만약 언젠가 그가 음식이나 개인 물건을 사면서 나한테 묻지 않고 쓴다면 그건 비밀스럽게 쓰는 거라고 해야 하나요? 내가 너무 멀리 가는 걸까요. 물건을 뒤졌다는 죄책감도 있고 진짜 궁금한 마음도 있고 T_T

생각해보면 예전 행동들이 좀 수상하긴 했어요. 몇 달 전부터 밤에 현금 인출하러 가는 일이 잦았는데 전 은행 갔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잔업한다고 했고, 집에 빈손으로 들어온 날도 공장 앞 가게에서 샀다더니 은근히 의심스러운 상황도 있었고. 한두 번이 아니라 밤 12시에 낮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소리도 들린 적 있는데 예전엔 절대 안 그랬거든요—그래서 그게 이 일과 관련 있나 싶기도 하고.

또 하나 웃픈 건 결혼식 얘기였어요—아이러니함. 우리 둘이 작게 먼저 하자고 얘기했었는데 남편은 내년 결혼기념일에 큰 결혼식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그 통장에 돈을 모아두고 서프라이즈 하겠다고. 근데 서프라이즈라면 왜 우리 부부의 중요한 계획에 대해 나를 끌어들이지 않고 몰래 돈을 모으는 거예요? 그냥 선물이라면 더더욱 투명하게 가족 계획의 일부로 알려줘야지, 소외감만 들고 무슨 권한 박탈당한 느낌이에요.

한편으론 그게 가족을 위해 헌신한 거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고 싶기도 해요. 근데 이건 투명성이 부족한 거죠. 그냥 서랍에 숨기고 내가 알아챘더니 ‘네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러면 뭐... 이미 스트레스 받는 중인데 ㅋㅋㅋㅋ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작은 규칙부터라도 세워야겠다 싶긴 한데, 계좌는 공동, 연간 계획은 같이 의논하고 큰 결정은 상의하기 같은 원칙을 마음속에 두긴 했어요.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더라고요. 너무 강하게 나오면 그가 더 물러설까 봐 걱정도 되고, 안 말하면 계속 불편하고 의심만 쌓이고...

저는 42살이고 초등학생 자녀 하나 있는 엄마에요, 치앙마이에서 직장 다니고 있고 남편은 45살입니다.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 내가 그 상황이면 어떻게 했을까요. 규칙을 바로 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씩 바꿔갈까요. 세게 말하면 서로 상처받을까봐 걱정도 되고요. 진짜 솔직한 의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