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힌에 살고 있어요
정리 잘 못할 수 있어 미안하지만 마음이 걸려서 좀 풀어놓고 싶었어요 ㅋㅋㅋㅋ

저는 42살이고 작은 클리닉에서 간호사로 일해요. 바닷가 근처 동네 중심부라 아침부터 오후 네 시까지 환자들 만나고 나면 힘이 다 빠져요. 우리 집은 둘이서 살고 있고 사귀다 결혼한 지 7년, 결혼한 지는 3년 됐네요. 생활은 대체로 잘 맞아요. 작은 집에 같이 살고 있고 가끔씩 번갈아 공과금 내고 그런 식으로 버텨왔죠. 근데 어제 진짜 얼떨떨한 일이 있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일요일 저녁 다섯 시 넘어서 옷장에 들어가서 외투 찾다가 뒷쪽 맨 위 칸에서 작은 지갑 하나가 숨겨져 있는 걸 봤어요. 파란 플라스틱 열쇠고리도 달려있길래 뽑아봤더니 안에는 현금이랑 작은 봉투들, 몇 장의 이체 영수증이 들어있더라고요. 응급 의료비용 비상금으로 모아둔 거랑 따로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인 것 같았어요. 저한테는 한마디도 안 했고 금액도 꽤 되는 편이에요. 제 저축액과 거의 비슷할 정도였어요. 심장이 덜컹했어요. 멍하더라고요.

기분이 뒤죽박죽이에요. 억지로 웃긴 한데 속으로는 불안해요. 사람마다 사생활은 있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저는 파트너와 돈 얘기를 잘하는 편이에요. 저금통도 같이 세어보고 뭐가 있는지 알아왔거든요. 근데 이런 식으로 아무 말 없이 숨겨두는 건 제 인생의 일부에서 제가 제외된 기분이에요. 남편은 비상시를 대비한 거고 별일 아니라고 말하더라고요. 음... 그렇다 치더라도 왜 말을 안 했을까.

저는 작은 일로 잔소리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근데 돈 문제는 인생 결정과 연결돼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응급 상황이 생기면 같이 결정해야지 혼자 다 떠맡게 될까 봐 걱정되고, 만약 싸움이 나면 이게 더 큰 문제로 번질까 봐 겁나요. 혹시 제가 과민반응인가 싶고 머리가 어지러워요. 때로는 그가 제가 돈을 엉뚱하게 쓸까봐 무서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중립적인 질문들을 하려 했는데, 마음속 소리가 먼저 패닉을 치고 들어와서 숨이 약간 막히기도 했어요.

다른 점도 있어요. 전에 남편이 작은 것들을 은근히 숨기는 성향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수도요금 청구서를 일부러 내가 못 보게 해놓는다거나, 제가 예전에 본 적 있는 작은 봉투들을 계속 챙겨두고 있다거나. 그땐 귀여운 장난인가 싶었죠. 근데 이번이 돈 관련이라 보니 더 생각이 많아졌어요. 어쩌면 그가 말하지 않은 게 더 있을까 싶고, 이 돈을 거의 2년 가까이 모아왔던 것 같은데 전 이제서야 본 거고요.

대화를 하고 싶은데 열어놓으면 드라마가 될까봐 무서워요. 질투하거나 통제하려 드는 걸로 보일까 걱정이기도 하고요. 모든 걸 파헤치고 싶진 않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놔두고 싶지도 않아요. 그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차분하고 중립적으로 바로 얘기할까.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너무 곤란하게 굴고 있는 걸까 T_T

추신. 글이 길고 횡설수설했으면 미안해요. 나중에 업데이트할게요.